호주 워킹홀리데이 <사소한 질문들 - 차에서 하룻밤>

오늘 밤은 차에서 잔다. 이사 준비를 마치고 차에 짐을 모두 실은 다음, 한적한 주차장에 왔다. 호주에 온 지도 10개월이 지났다. 함께 살 던 친구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나는 의자를 젖히고 차에 가만히 누워 바깥을 응시한다. 나와 세계의 단절. 나는 그렇게 느낀다. 나는 내 눈에 보이는 무엇과도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그저, 가끔가다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 소리에 놀라는 스스로를 문득 발견할 뿐.


한 소년이 눈 앞에 나타난다. 텅 빈 테니스 코트에서 공을 하나 찾아서 연신 하늘로 던졌다 다시 받기를 반복한다. 그는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고생스럽게 반복한다. 그는 무의미해 보이는 행위에 깊게 몰입해 있다. 그러나 의미란 게 다 무언가? 그는 어떻게 공을 던지고 받을지 묻고 답한다. 아니, 스스로가 그렇게 묻는지도 모른 채, 그것이 답하는 것인지도 모른 채, 그저 공을 던졌다 받는다.


현실에 깊게 발을 담글수록 삶에 대한 질문은 명확해진다. 현실을 온 힘껏 사는 사람은, 삶의 의미나 이유에 대해 좀처럼 묻지 않는다. 그가 현실에 만족하는 정도와는 무관하게, 현실에서 본질을 추구할 때, 본질은 현실과 맞닿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근처의 펍으로 들어간다. 둘 씩 손을 맞잡은 둘은 다정해 보인다. 그들은 몇 초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진다.


저녁 7시, 서서히 졸리다. 지금 자면 새벽 3시 쯤 깰 터인데, 그땐 아직 해 뜨기 한참 전이다. 조금 더 버텨야 겠다.


차에서 홀로 하루를 보내기는 처음이다. 침낭을 덮고 자야할까? 혹시 모르니 옆에 꺼내두는 게 나을 거 같다. 춥더라도 창문은 조금 열고 자야 될 거 같다.


나는 그렇게 비로소 사소한 것들을 묻고 답하는 나를 발견한다. 사소한 것에 충실해 진다는 건, 그것은 떠오르는 질문과 대답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래서 매 순간이 최선의 일상이 되도록 하는 일이 아닐까.


변화는 일상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일상에 본질이 있다. 그러므로 사실, 본질 같은 것은 없다. 그것은 일상의 몇 가지 순간일 뿐.


'혁명은 안단테처럼.' 그러나 더 이상 혁명은 없다. 혁명의 자리는 일상이고, 변화는 일상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기에. 그러니 혁명은 있다. 일상에.


17년 1월.
도버, 타즈매니아

차에서 적다.

NextGen Digital... Welcome to WhatsApp chat
Howdy! How can we help you today?
Typ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