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아마도 체리 잡을 구하다> D+277

1. 도버 탈출

도버에서 드디어 벗어났다. 한적한 도버, 그러나 너무 한적하여 내가 현실에 있는 것인지 가상 세계에 있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던 도버. 그 도버 생활을 마감했다.

집을 나오며 보증금은 청소 상태를 보고 클리너 고용 비용을 청구하고돌려주겠다는 말이 좀 찝찝하긴 했지만, 아마도 모두 돌려주지 않을까 싶다. 처음엔 청소 안 해도 된다더니 나갈 때 spotless하게 청소하고 나가라고 하는 건 뭐람.

집 주인 아저씨가 체리 농장을 갖고 있어서 조만간 일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아저씨는 상당히 많은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듯 했고, 매번 전화 할 때면 자기가 다시 전화를 준다고 하던지, 아니면 잠시 뒤에 전화 달라고 하기 일쑤였다. 아저씨는 매번 전화할 때마다, 매번 내가 누군지 물었다.



2. 지브스톤 캠핑장(Geeveston Free Campsite)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 싶었다. 집 주인 아저씨는 체리 피킹이 곧 시작 된다고 했었고, 그래서 도버에서 너무 멀리가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거 같았다. 백팩커스에 들어갈까 하다가 차에서 한 번 자보기로 했다. 차에서 자는 방법을 검색했더니 뭐 별거 없다. 불편을 감수하고 잘 자라는 이야기들 뿐. 하루를 자 본 결과, 두 번 다시 시도할 일이 아니다. 추위야 그렇다 하지만 작은 차에서는 도저히 편하게 잘 수 없다.

다음 날, 지브스톤에서 와이파이나 할 겸 차를 몰고 왔다. 그날따라 아침 날씨가 좋아서 근처 공원을 한 바퀴 걷는데, 두 세 달 전에는 전혀 없던 캠퍼 밴들이 줄지어 있다. 프리 캠핑인가 싶어 지나가던 사람한테 물어보니 하루에 5$이란다.

차로 다시 돌아왓다. 여름이라 해는 길고, 시간은 많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누워 있었다. 차에서 10시간을 넘게 잤지만, 자도 도무지 잔 거 같지가 않아 백팩커스에 들어가야 하나 싶었다. 휴온빌Huonville 리틀데빌백패커스에 전화했다. 백패커스에서 말하길 텐트 칠 자리는 있단다. 그러나 성수기 캠프 사이트 비용은 주당 110$이다. 텐트 하나 펼치는데 110$이라니. 여긴 아니다.

결국 나를 구한 건 위키캠프WikiCamp라는 어플이다. 위키캠프는 캠핑 관련 모든 정보들을 다 모아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어플이다. 전에 타즈매니아 여행을 할 때 잠깐 이용했던 적이 있었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혹시나 하고 다시 받아봤다. 그랬더니, 불과 2km 떨어진 곳에 무료 캠핑장이 있지 않은가. 나는 차를 몰고 갔다. 이미 많은 캠퍼들이 자리를 트고 있었고, 주변을 배회하다 괜찮은 자리를 발견, 텐트를 폈다.



3. 자동차 수리

쓸 이야기가 많다. 가난하여 감당할 수 있는 거의 최대치의 돈을 지불하고 구매했던 중고차가 얼마 전 멈췄다. 세 달을 달렸으니 뭐 그래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차가 멈추며 본네트 쪽에서 베어링 하나가 튀어 나왔는데, 도버 메카닉 센터에 갔더니 워터 펌프를 함께 갈아야 한단다. 음, 지금 생각해보면 워터펌프를 갈 필요는 없었고 겉벨트와 베어링만 다시 끼웠으면 되지 않았나 싶지만, 나는 차에 대해 잘 모르니 그냥 그러나 싶었다. 수리비는 250$.

이튿 날 차를 찾으러 가는데, 전날 있었던 충격으로 라디에이터 쪽에 큰 구멍이 난거 같다고 했다. 새 라디에이터로 갈아야 하는 상황. 비용은 250$정도가 추가로 들거 같았다. 나는 메카닉에게 불우한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다만, 수시로 엔진 온도를 확인해야 하고, 냉각수가 새기 때문에 물을 계속 보충해 줘야 한다고 했다.

몇 군데 다른 카센터에 가보니 역시 얼른 수리하는게 좋다고 한다. 다만, 차량 부품이 없어 주문하고 고치는 데 최소 하루에서 이틀이 걸린다고 했다. 비용을 비교해 보고 괜찮은 곳에 가서 차를 얼른 고쳐야 할 듯하다. 아직은 좀 더 달려야 하니.

메카닉으로 향하는 길1. 도버. 2016년

메카닉으로 향하는 길2. 도버. 2016년



4. 체리 팜

가급적이면 집 주인 아저씨, (이제 집 주인 아니구나), 그냥 그 아저씨랑 같이 일하려 했다. 월요일에 다시 연락을 하기로 해서 오늘 다시 연락해보니 몇 시간 뒤에 다시 전화 달란다. 그래서 더 이상 연락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별로 일 구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마음 한 구석에는 '그냥 여행이나 몇 주 다닐까.'하는 생각이 치솟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이 체리 시즌이니 체리 조금 따다가 여행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아침 일찍 Huonville 도서관에 와서 이력서를 프린트해서 나가려다가 우연히 들른 검트리에서 체리 피커 광고를 발견했다. 전화 해 봤더니 내일부터 나오란다. 주소를 받고 현장 방문 겸 찾아갔다. 나를 맞은 Will이라는 매니저 같아 보이는 친구는 친절했다. 아마도 중국인?이었던 거 같다. Will은 나한테 친구 있으면 데려오라고 하더니 폼을 세 장 줬다.

팜farm은 Cygnet에 있는 Platinum Ridge Cherry Orchard다.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별로 후기가 없다. 러그 당 9$을 준다던데, 내일 한 번 가서 봐야겠다. 이미 서른 명 정도가 일하고 있는데, 중국 설날이 다가 와서 워커들을 더 충당하는 것이라 했다.



5. 도서관

도서관 참 시원하다. 이제 집-캠핑 장으로 서서히 다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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