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타즈매니아 도버에서> D+2XX
도버 생활
도버에서 머문지도 삼 개월 차. 여긴 정말이지 할 게 없다. 밖에 나가면 아름다운 자연이 있건만 오름직한 뒷동산은 사유지인듯 하고 푸른 바다는 범접하기가 쉽지 않다. 낚시하는 취미라도 있으면 좀 괜찮으련만. 바다 위에 배 띄워놓고 쉬는 오지 아저씨들보면 참 낭만적이다.
근처에 차 타고 가본 곳은 Hartz Mountain와 South Cape Bay. Hartz Mountain은 트래킹 코스가 잘 돼있고, South Cape Bay는 풍경이 절경이다. 집 문을 열고 나가면 Admason's Peak이 보이는데 도버를 뜨기 전에 한 번 가봐야 겠다.
일 끝나고 와서 침대에 누워 조금 자다가, 스마트폰 조금, 기타 연습 조금, 내일 먹을 도시락 만들고 바닷가 따라서 러닝, 근처 공원에 가서 턱걸이와 팔굽혀 펴기 하고 다시 돌아와서 샤워하고 저녁 먹으면서 맥주 한 잔. 책 좀 읽고 영어 공부하다가 취침. 이러한 패턴의 반복인 요즘이다.
해안선 따라 Fon Wifi와 Telstra Wifi가 그래도 괜찮게 터졌었는데, 요즘엔 잘 안터진다. 어제 접속하려고 20분 동안 기다리다가 결국 포기.
연어 공장
8시간 조금 넘게 일했으니 오늘은 연어 1만 7천마리 정도 한 거 같다. 죽은 연어를 자꾸 보다보면 아무렇지도 않다. 여전히 냄새는 좀 역겹지만, 더 이상 죽은 연어의 퀭한 눈을 보며, 제멋대로 뜯겨진 머리나 쏟아지는 내장, 흐르는 피를 보며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왜 문득, 장례식장에서 본 시체를 다루던 무표정한 장례사가 떠오를까.
몸이 힘들 때 운동을 해야 덜 힘들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일 마치면 온 몸이 뻐근한데 운동을 한 다음 날은 그래도 몸이 좀 가뿐하다.
도버 공장이 셧다운 하면 휴온빌로 가게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만약 안되면 많이 늦었지만 발품 팔아 베리 농장에 들어가거나 시드니로 떠날까 싶다.
12월의 타즈매니아
12월이 성수기이긴 성수기인가 보다. 그간 휑하던 숙박 업소들 앞에 지난 주말에는 차들이 늘어져 있었다. 관광도 그렇고, 일자리도 그런 듯 하다. 공장에서 뽑아내는 연어 물량도 12월 말까지는 절정을 찍을 거 같고. 무엇보다도 이제 슬슬 체리 시즌이 다가오는 듯 하다.
웬만한 곳의 농장은 이미 한 두 달 전에 사람 다 뽑아 놓았단다. 체리는 인기 작물이기 때문에 일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가뜩이나 9,10월에 애플 농장을 제외하곤 별로 일자리가 없던 터라 구직자들이 가득한데 타 주에서 타즈매니아에 체리와 세컨 비자를 따러 오는 워홀러가 한꺼번에 몰린다. 휴온빌에 있는 워킹 호스텔 가격이 주당 180불 정도인데도 성황을 이룬다니 말 다했다. 그러므로 체리를 따고 싶다면 시즌 한 두달 전부터 이력서를 돌리는게 좋다. 그나저나, 그때 호스텔에 있던 유키는 체리 일을 하고 있을련지.
영어 공부
요즘 다시 그래머 인 유즈를 공부하고 있다. Unit 1부터 시작해서 빠르게? 정독 중이다. 그래머 인 유즈만한 책이 없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세 번 째 보고 있다. 책 제목 답게 Grammar in Use다. 네이티브는 문법을 공부할 필요가 없지만, 외국인은 문법을 공부해야 한다. 영어가 한국어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고, 그들의 사고 방식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면 문법을 알아야 한다. 다만, 과거분사니 현재완료니 하는 문법적 용어에 크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 조금 에둘러 말해 영어라는 언어는 이렇구나 하는 감을 잡고,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이해하면 된다.
중간 중간에 표현 정리하면서 공부하는데 무엇보다도 역시 복습이 중요한 거 같다.
아- 영어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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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9일
한적한 도버에 오고 난 뒤로 한 가지 한적한 습관이 생겼다. 거의 매일 해질 무렵이면 바닷가를 따라 근처의 공원까지 걸었다. 때때로 러닝도 하고, 이어폰을 꽂고 느긋하게 걷기도 하고, 공장 일로 뻐근한 어깨를 돌리며 조금 숨가쁘게 걷기도 했다. 길을 걷는 사람은 혼자일 때가 많아 이따금씩 달려오는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인기척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가끔가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주민들, 손을 꼭 붙잡고 함께 걷는 어느 노부부, 유모차를 밀며 걸어가는 어느 아이의 엄마, 근처의 바닷가에 요트를 내리는 서너 명의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을 뿐이다. 그것도 조금 먼 어느 풍경의 일부처럼.
내일 쉬는 날이라 일을 마치고 조금 긴 낮잠을 잤다. 얼마나 잤을까. 잠에서 깨어 창밖으로 비치는 풍경을 바라봤다. 바깥 날씨가 흐려 해가 보이지 않았지만 서서히 해가 지고 있다는 걸 변해가는 빛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나는 모자를 눌러쓰고 밖으로 나와 걸었다. 바닷가를 따라 걸으며 어느 모퉁이를 돌다가 그곳에 그토록 거대한 나무가 세 그루나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나뭇가지 껍질이 금방 떨어질 것처럼 말라 떨어져 나오고 있는 게 오늘따라 새삼스레 보였다. 또한 나무의 중간 부분에는 아마도 길을 향해 뻗었을 가지를 잘라냈던 잘려나가기 전의 흔적이 있었다.
그렇게 걷다가 바닷가에 다다라 어느 빈 의자를 봤다. 여러번 지나쳤을 의자지만 오늘 그곳에 멈춰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의자에 앉으면 앞으로 바다가 보이는 위치였다. 나는 의자에 적힌 문구를 읽었다. 누군가의 이름과 그가 바다에서 실종된 날짜. 그리고 그의 삶이 다른 이들의 삶을 통해 기억될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 그의 빈자리가 남기고 간 또 다른 빈자리. 나는 그 빈자리를 서성이며 바다를 바라다 봤다. 일렁이는 파도와, 구름에 가린 원경의 섬들, 해안가에 무리지어 있는 갈매기 떼, 바다에 떠 있는 한 척의 배가 보였다.
조금 더 걸어 공원에 도착했다. 바닷물이 내륙으로 흘러 들어오는 기슭에 오리 떼가 있었다. 어미 오리와 이제 갓 태어난 듯한 열 댓 마리의 새끼들. 어미는 나를 빤히 바라다보며 경계하고, 옹기종기 모인 어린 새끼들은 고개를 두리번 거리고 있다. 나는 그것들을 한참 바라보다, 어미 오리가 겪을 초조함과 불안함을 문득 인식하고서 황급히 자리를 떴다.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어쩌면 살아가는 것은, 그런 것들이구나.
도버에서 머문지도 삼 개월 차. 여긴 정말이지 할 게 없다. 밖에 나가면 아름다운 자연이 있건만 오름직한 뒷동산은 사유지인듯 하고 푸른 바다는 범접하기가 쉽지 않다. 낚시하는 취미라도 있으면 좀 괜찮으련만. 바다 위에 배 띄워놓고 쉬는 오지 아저씨들보면 참 낭만적이다.
근처에 차 타고 가본 곳은 Hartz Mountain와 South Cape Bay. Hartz Mountain은 트래킹 코스가 잘 돼있고, South Cape Bay는 풍경이 절경이다. 집 문을 열고 나가면 Admason's Peak이 보이는데 도버를 뜨기 전에 한 번 가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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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 the way to South Cape Bay.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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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Cape Ba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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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uth Cape Bay.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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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uth Cape Bay. 2016 |
일 끝나고 와서 침대에 누워 조금 자다가, 스마트폰 조금, 기타 연습 조금, 내일 먹을 도시락 만들고 바닷가 따라서 러닝, 근처 공원에 가서 턱걸이와 팔굽혀 펴기 하고 다시 돌아와서 샤워하고 저녁 먹으면서 맥주 한 잔. 책 좀 읽고 영어 공부하다가 취침. 이러한 패턴의 반복인 요즘이다.
해안선 따라 Fon Wifi와 Telstra Wifi가 그래도 괜찮게 터졌었는데, 요즘엔 잘 안터진다. 어제 접속하려고 20분 동안 기다리다가 결국 포기.
연어 공장
8시간 조금 넘게 일했으니 오늘은 연어 1만 7천마리 정도 한 거 같다. 죽은 연어를 자꾸 보다보면 아무렇지도 않다. 여전히 냄새는 좀 역겹지만, 더 이상 죽은 연어의 퀭한 눈을 보며, 제멋대로 뜯겨진 머리나 쏟아지는 내장, 흐르는 피를 보며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왜 문득, 장례식장에서 본 시체를 다루던 무표정한 장례사가 떠오를까.
몸이 힘들 때 운동을 해야 덜 힘들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일 마치면 온 몸이 뻐근한데 운동을 한 다음 날은 그래도 몸이 좀 가뿐하다.
도버 공장이 셧다운 하면 휴온빌로 가게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만약 안되면 많이 늦었지만 발품 팔아 베리 농장에 들어가거나 시드니로 떠날까 싶다.
12월의 타즈매니아
12월이 성수기이긴 성수기인가 보다. 그간 휑하던 숙박 업소들 앞에 지난 주말에는 차들이 늘어져 있었다. 관광도 그렇고, 일자리도 그런 듯 하다. 공장에서 뽑아내는 연어 물량도 12월 말까지는 절정을 찍을 거 같고. 무엇보다도 이제 슬슬 체리 시즌이 다가오는 듯 하다.
웬만한 곳의 농장은 이미 한 두 달 전에 사람 다 뽑아 놓았단다. 체리는 인기 작물이기 때문에 일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가뜩이나 9,10월에 애플 농장을 제외하곤 별로 일자리가 없던 터라 구직자들이 가득한데 타 주에서 타즈매니아에 체리와 세컨 비자를 따러 오는 워홀러가 한꺼번에 몰린다. 휴온빌에 있는 워킹 호스텔 가격이 주당 180불 정도인데도 성황을 이룬다니 말 다했다. 그러므로 체리를 따고 싶다면 시즌 한 두달 전부터 이력서를 돌리는게 좋다. 그나저나, 그때 호스텔에 있던 유키는 체리 일을 하고 있을련지.
영어 공부
요즘 다시 그래머 인 유즈를 공부하고 있다. Unit 1부터 시작해서 빠르게? 정독 중이다. 그래머 인 유즈만한 책이 없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세 번 째 보고 있다. 책 제목 답게 Grammar in Use다. 네이티브는 문법을 공부할 필요가 없지만, 외국인은 문법을 공부해야 한다. 영어가 한국어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고, 그들의 사고 방식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면 문법을 알아야 한다. 다만, 과거분사니 현재완료니 하는 문법적 용어에 크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 조금 에둘러 말해 영어라는 언어는 이렇구나 하는 감을 잡고,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이해하면 된다.
중간 중간에 표현 정리하면서 공부하는데 무엇보다도 역시 복습이 중요한 거 같다.
아- 영어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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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9일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곧 크리스마스다. 크리마스가 별 감흥이 없어진지도 꽤 됐고, 홀로 보낸다는 사실이 그닥 이상하지도 않게 느껴진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라 분주하게 무언가를 준비하며 기대하는 모습에 문득 떠나온 한국이 그립기도 하다.
사실 어쩌면 나는 떠나온 이들을 몹시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을 다만 억누르며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다. 곧 크리스마스다. 별 일 없이 지나갈 크리스마스가 어쩐지 조금은 아쉽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맥주 한 잔 마시며 가벼운 이야기-농담을 하며 별다른 생각 없이 웃고 떠들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만, 불가능하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글렀다. 언제까지 글를 것인가.
기타를 팔다
오늘은 기타를 팔았다. 중고샵에서 130불에 충동 구매 했던 기타를 3개월 가량 쓰고 80불에 팔았다. 적잖은 손해지만, 기타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거라 100불 정도면 적당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검트리에 광고를 올렸는데 휴온빌에서 보자는 말에 지브스톤Geeveston으로 오면 80불에 넘기겠다고 말했다 .선뜻 20불이나 깎은 것이 좀 과한 것 같기도 하지만, 뭐 언제나 이득만 보며 살 수는 없는 것 같다는 요즘이다.
기타를 사간 사람은 낡은 밴van에서 생활하는 여자 둘이었다. 장기적으로보면 밴을 사서 거기서 생활하는 것도 숙박비를 아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거 같다. 둘이서 밴에 산다고 했을 때, 한 달이면 거즌 천 불은 아낄 수 있다. 밴은 나중에 되팔수도 있으니까 한 세달만 밴에 살아도 2,3천불은 아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요리는 어떻게 하며, 전기는 어떻게 끌어오며, 물은 어떻게 충당하는가 하는 아주 기본적인 숙제들이 있긴하다. 종종 캐러반 파크에 들르려나?
연어 공장 일
1월 10일 쯤 공장이 문을 닫는다 한다. 아마 4월쯤 다시 문을 연다는데, 빠르면 3월이 될 수 도 있을 것 같다만 어쨌거나 그때쯤에는 다시 공장에 가지는 않을 거 같다. 공장 일은 스트레스가 별로 없다. 흘러가는 컨베이어 벨트 속도에 맞춰 연어를 처리하면 된다. 더 빠르게도, 더 느리게도 아닌 그저 주어진 그 날의 과제를 주어진 방식대로 하면 그만이다. 물론 약간의 위계 관계는 있지만, 각자가 공장에서 맡은 역할이 있다보니 그 역할을 제대로 하기만 하면 별다른 터치는 없다. 그래서 공장 일은 좋다. 하면서 내가 뭐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뭐 엄청난 의미를 갖는 일자리가 몇 개나 있을까 싶다. 자아 실현도 중요하지만, 일단 워홀러에겐 먹고 사는 현실적인 문제가 더 시급하다.
공장이 문을 닫으면 캐쥬얼 인원들은 계약이 만료되지만, 아마도 휴온빌의 공장으로 옮겨갈 수 있을 거 같다. 내일 확실하게 물어봐야 겠다. 휴온빌 공장의 일은 도버보다 많이 쉽다고 들었다. 다만,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휴온빌 공장으로 가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이 얼마나 주어 질 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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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2일
한적한 도버에 오고 난 뒤로 한 가지 한적한 습관이 생겼다. 거의 매일 해질 무렵이면 바닷가를 따라 근처의 공원까지 걸었다. 때때로 러닝도 하고, 이어폰을 꽂고 느긋하게 걷기도 하고, 공장 일로 뻐근한 어깨를 돌리며 조금 숨가쁘게 걷기도 했다. 길을 걷는 사람은 혼자일 때가 많아 이따금씩 달려오는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인기척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가끔가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주민들, 손을 꼭 붙잡고 함께 걷는 어느 노부부, 유모차를 밀며 걸어가는 어느 아이의 엄마, 근처의 바닷가에 요트를 내리는 서너 명의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을 뿐이다. 그것도 조금 먼 어느 풍경의 일부처럼.
내일 쉬는 날이라 일을 마치고 조금 긴 낮잠을 잤다. 얼마나 잤을까. 잠에서 깨어 창밖으로 비치는 풍경을 바라봤다. 바깥 날씨가 흐려 해가 보이지 않았지만 서서히 해가 지고 있다는 걸 변해가는 빛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나는 모자를 눌러쓰고 밖으로 나와 걸었다. 바닷가를 따라 걸으며 어느 모퉁이를 돌다가 그곳에 그토록 거대한 나무가 세 그루나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나뭇가지 껍질이 금방 떨어질 것처럼 말라 떨어져 나오고 있는 게 오늘따라 새삼스레 보였다. 또한 나무의 중간 부분에는 아마도 길을 향해 뻗었을 가지를 잘라냈던 잘려나가기 전의 흔적이 있었다.
그렇게 걷다가 바닷가에 다다라 어느 빈 의자를 봤다. 여러번 지나쳤을 의자지만 오늘 그곳에 멈춰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의자에 앉으면 앞으로 바다가 보이는 위치였다. 나는 의자에 적힌 문구를 읽었다. 누군가의 이름과 그가 바다에서 실종된 날짜. 그리고 그의 삶이 다른 이들의 삶을 통해 기억될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 그의 빈자리가 남기고 간 또 다른 빈자리. 나는 그 빈자리를 서성이며 바다를 바라다 봤다. 일렁이는 파도와, 구름에 가린 원경의 섬들, 해안가에 무리지어 있는 갈매기 떼, 바다에 떠 있는 한 척의 배가 보였다.
조금 더 걸어 공원에 도착했다. 바닷물이 내륙으로 흘러 들어오는 기슭에 오리 떼가 있었다. 어미 오리와 이제 갓 태어난 듯한 열 댓 마리의 새끼들. 어미는 나를 빤히 바라다보며 경계하고, 옹기종기 모인 어린 새끼들은 고개를 두리번 거리고 있다. 나는 그것들을 한참 바라보다, 어미 오리가 겪을 초조함과 불안함을 문득 인식하고서 황급히 자리를 떴다.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어쩌면 살아가는 것은, 그런 것들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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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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