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1부) - 부제: 출국 그리고 초기 생활

귀쿡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귀국한지 3주차에 접어든다. 5월 초 골드코스트에서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인천공항에 발을 내디뎠던 날. 그 날은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에 달해 있을 때였다. 마스크를 낀 사람들 틈에서 끝없이 밀려 도로 끝에 서게 됐을 때, 아 여기가 한국이구나 하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1년
호주에 간 이유는 여행이 하고 싶어서였다. 요즘 부는 욜로YOLO 열풍과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나는 그걸 조금 더 거창하게, 생에 대한 실존적 선택이라 어느 노트에 적었던 거 같다. 졸업을 했고, 취직을 해야 했지만, 이력서에 한 마디도 적지 못했던 나날이었다. 호주 워홀은 1년의 유예 혹은 1년의 도피 혹은 평생에 다시 없을 1년의 시간이었다.

타일 데모도
첫번째 일자리는 문자 지원만 하면 바로 뽑힌다는 타일 일이었다. 원래는 그래도 경력이 있는 웨이터 일을 구하려 레주메를 돌리고 있었다. 그러다 호주나라에 '장담하건대 만족하실 겁니다'라는 멘트가 붙은 타일러ㅡ데모도 모집 광고를 보고 '데모도는 무슨 일을 하나요?' 하고 물었다가 일단 나와 보라는 말에 출근하게 됐다. 데모도 관련해서는 글을 하나 써야할 거 같다.

그렇게 시작한 타일 일을 나는 3개월 이상 해야만 고용할 수 있다는 사장의 말에 '음,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어요?'하고 집에 돌아왔다. 그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일단 3개월만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이없게도 노가다-육체노동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그러나 몸이 힘들어 3개월 하고 1일 째 되는 날, 타일 일을 그만뒀다. 그리고 그냥 귀국하려 했다. 이럴바에 그냥, 한국에 가서 아르바이트 하며 취업 준비나 하는 게 나을 거 같았다.

여기서 뼈저린 교훈이 하나 나옵니다. (급 존댓말..) 타일 일하면서 정말 손목 뼈 저렸습니다. 첫 스텝을 잘 떼시기를 바라요. 그렇기에 초기 자금을 가능한 많이 모아 오시길. 많으면 많을수로 좋습니다. 제 기억으로 한 달 아껴쓰면 150만원 정도면 생활할 수 있으니, 최소 3백 만원 이상 가져오신다면 그래도 초조하지 않게 일자리를 구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많으면 더 좋습니다. 450만 정도면 큰 사고 없는 한 안전빵입니다. 타일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글을 하나 팔게요.

타즈매니아 도보 여행
(다시 반말입니다)타일 일을 그만두고 한 2주를 쉬면서 놀았다. 슬슬 아무것도 안하는 게 지루해질 때 쯤, 영화 <와일드>를 봤다. 영화에 감명을 받고서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러다 호주 메인랜드 아래에 있는 작고 아름다운 섬, 타즈매니아를 발견했다.

타즈매니아를 여행하기로 했다. 배낭을 메고 걷기로 했다. 호바트에서 시작 해 포트 아서, 포티스큐 베이, 콜스 베이, 마리아 아일랜드 등. 하루에 2,30키로미터씩 걸으며, 히치 하이킹도 하며 동해안을 여행했다. 난생 처음 캠핑을 하며 하이킹을 하고, 냄비에 밥 지어 왈라비와 함께 먹던 나날이었다. 힘들기도 했지만 쏟아질 듯 떠있는 밤 하늘의 별과 눈부시게 푸른 바다를 매일 눈 안에 가득 채워 넣었다.

TASMANIA, ON MY GOOGLE MAPS. 2017

타쌀 근무? 혹은 타살 직전
그러다 여정의 말미에 연어 공장 타살/타쌀/TASSAL에서 인터뷰 제의를 받았다. 아직 여정이 일주일 정도 남았었지만, 가보고 싶었던 공장이었기에 다음 날 호바트로 버스를 타고 왔다. 면접은 휴온빌 공장에서 있었다. 3주쯤 지났을까. 그 동안 하릴없이 휴온빌 리틀데빌 백패커스에서 지내며 , 놀고 먹고, 글 쓰고 자다가, 어느 벨기에 친구를 만나 사우스 케이프 베이(South Cape Bay)와 한국인 친구와 오버랜드 트랙(Overland Track)을 다녀왔다. 그래도 연락이 없자 한국행 티켓을 알아보던 찰나, 메디컬테스트가 잡혔다고 연락이 왔다.

메디컬 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하고 도버 공장으로 배치 받았다. 그렇게 3개월 간의 도버 생활이 시작됐다. 출근 이틀 전까지 차가 없었는데, 두 달, 아니 세 달 가까이 놀고 먹어 돈도 없었다. 그렇게 친구와 돈을 합쳐 950불짜리 현다이Hyundai 94 엑셀Excel을 구매했다. 결국 이 차는 막판에 워터펌프 베어링이 멋지게 고장나 500불이 넘는 수리 비용을 청구했다. 

1부 끝.
2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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