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2부) - 부제: 호주 다시 가라면 갈 건가요? 그리고 도버 타쌀 생활 이야기

혼자 묻고 답하는 질문
누군가 내게 호주 워킹홀리데이 다시 가라면 갈 거냐고 묻는다면, 다시 가겠다고 하겠다. 대신, 영어 공부 더 열심히 하고(음, 그런데 영어는 배울수록 공부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언어의 영역인거 같다). 그리고 보다 분명한 계획을 가지고 가고 싶다. 나는 여행이 목표였고 여정의 말미에는 정말로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여행을 했다.

뭐, 한국에서 지내다 보면 떠밀려서라도 열심히 살아왔다면 그냥 별 생각 없이 호주에 가 있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현대는 의미없음을, 목표 없음을, 부지런하지 않음을 꾸짖는 사회니까. 물론, 어떤 목표도 자기 합리화가 될 수 있고, 또 다른 시도와 도전이 될 수 있다. 그건 관점과 해석의 차이일 뿐이다.



소문의 진실
워홀러들에 대한 안좋은 소식들이 괜히 있는 건 아니다. 시드니나, 브리즈번, 멜버른과 같은 대도시에는 한 방에 서너명, 한 집에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닭장 쉐어를 하며, 정말 눈물나게 살기도 한다.
한인잡 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저 호주에 왔다는 사실 하나에 또 다른 도전을 하지 않고 1년 동안 시급 12불 받고 일하다 가는 사람들도 있다. 뭐, 경험이 목표다 이야기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인생에 한 번 뿐이지 않은가.

마약이나 카지노에 빠져 사는 워홀러들도 있고, 면세 담배 거래 하다 현지 경찰에 쫓겨 지역 이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성 노동을 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호주에서 성매매가 합법이기는 하다. 일전에 한 워홀러가 성매매를 하다가 외교부에 적발됐는데, 호주 정부는 워홀러도 합법적으로 성노동을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워홀러나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쉐어를 돌리며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고, 농장 컨트랙터로, 아니면 농장, 공장, 식당, 의류가게, 슈퍼마켓, 청소업체 등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현지인을 만나 결혼하고 정착하는 사람들도 있고, 학교에 진학 하기 위해 열심히 저축하고 영어 공부에 매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니까 호주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 사는 세상이다.

꼭 하고 싶은 말은, 한국에서 최대한 준비하고 오시길 바란다. 첫째는, 영어실력, 둘째는, 초기자금 셋째는, 무얼 하고 싶은지 계획을 최대한으로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오시길 바란다. 뭐 사실, 내 워킹홀리데이 생활도 별게 없었다. 그러니 이 말들은 그냥 흘려들으셔도 좋다만, 대부분의 워홀러들이 아쉬움에 이야기 하는 말이기도 하다.






도버에서 집 구하기
차도 구했겠다, 검트리에 방 구한다고 글을 올렸더니 한 남자가 도버에 방이 있다고 연락을 해 왔다. 그래서 운 좋게 백패커스 생활 없이 방을 바로 쉐어하우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집은 친구와 둘이서 쓰는 스튜디오 였다. 방음이 좀 안돼 그렇긴 했지만, 문을 열면 바닷가와 산이 보이는, 한적한 곳이었다. 처음에 집 주인이 '우리 어디 하이웨이highway에서 만나 방 뷰잉을 시작하자' 이러길래, 만나서 차 뺏고 돈 뺏고 두들겨 맞는 줄 알았다. 알고보니 집이 여러채였다.

아, 만약 도버 타쌀에 합격했는데 방을 못구했다면 타쌀의 다른 직원에게 물어보고 들어갈 수 있을거다. 집을 아예 렌트하는 워홀러도 있고(대부분 대만인), 거기서 일하는 오지들이 한 두 명, 쉐어메이트를 구하기도 한다. 아니면, 도버 IGA 뒤편에 조금 썰렁하고 으스스한, 그러나 깔끔한 백패커스가 하나 있기도 하다.


Dover. 2016.
Adam's Peak, Dover. 2016
집에서 나와 고개를 돌리면 보였던 풍경이다.



타쌀/타살TASSAL 출근
타쌀에 출근하는 새벽 4시 30분은 항상 어둡고 고요했다. 가끔가다 튀어 나오는 왈라비와 뒤에서 나를 앞질러 가는 또 다른 워커들. 가끔 술 취해 미친 듯이 운전하는 사람들 몇.

공장을 마치고 집으로 다시 돌아오고를 반복했던 도버 생활. 도버 쉐어 하우스에는 인터넷이 없었다! 아오! 그 지루함은 통장에 쌓이는 잔고와의 등가교환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타쌀 시급이 23불 정도였고, 주 40시간 정도 일했으니 나름 쏠쏠했다.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거나 2주간 80시간 일하면 1.5배나 2배의 임금이 적용됐다. 대기업이라 그런 건 칼 같이 지켜줬다. 공장이 1월에 셧다운을 했고 11월부터 세 달 정도 일했다.



South Cape Bay, Dover, 2016
타즈매니아 남부에 머무신다면 South Port 근처의 South Cape Bay에 꼭! 가보시길.


새로운 시작, 캠핑
셧다운을 한 다음에 지브스톤 캠핑장에 가서 생활했다. 지브스톤 펍 근처에 무료 캠핑장이 있었는데, 나는 텐트가 있었고 방세도 아낄겸 거기서 먹고 자고 지냈다. 그러다 체리 피킹의 끝물에 합류하게 됐다. 시그넷Cygnet에서 2주 정도 일하고, 휴온빌Huonville에서 1주 정도 일했다. 처음엔 체리가 너무 맛있어서 한 뭉치따고 하나 먹기를 반복. 나중에는 하도 많이 먹어서 밥 먹고 후식으로 한 두개 먹곤 했다. 그러면서 농장일이 재밌다는 걸 느꼈다.

Geeveston Campsite. 2016. (지금은 캠퍼밴만 받는 걸로 알고 있다)



브루니 아일랜드
대략 3주간의 체리 농장 일을 마치고 캠핑장에서 만난 어느 덴마크 여인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후에 합류한 독일 남자까지 총 셋이서 브루니 아일랜드로 갔는데, 자꾸 덴마크 여인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시기에 빡쳐서 다음 날 아침 걸어 나왔다. 선착장은 최북단에 있고, 우리는 최남단에서 오로라를 본답시고 캠핑을 하고 있던터라 하루 종일 걸어도 선착장에 갈 수 없었다. 그래도 별 수 있나. 같이 가기는 싫은 걸. 배낭을 메고 터벅거리며 걷는데 한 남자가 태워주겠단다. 그러더니 내 신상정보를 좀 털고서 자기 굴 농장에서 일해보지 않겠냐고 말했다. 솔깃했지만, 나는 섬 생활이 더 이상 자신이 없어 차만 얻어 타고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브루니 아일랜드 넥 포인트neck point. 2016. 



타쌀? 블루베리? 
타쌀이 조기 리오픈re-open을 한다 했다. 다시 타쌀에 갈까 했는데, 때마침 ABC에서 타쌀이 지역 어업 경제를 다 망치고 있다는 뉴스가 크게 터졌다. 통장에 돈도 좀 있고 하니 좀 윤리적인 기업에서 일해도 되겠다는 뭐 같잖은 생각이 들었다. 베리류는 돈도 되고 그리 힘들지 않으니 농장이나 타기로 했다. 시그넷에 블루베리 농장이 하나 있는데, 찾아 갔을 때 한창 성수기였으나 이미 수 많은 워홀러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북쪽으로 가야 함을 느꼈다. 여전한 미지의 땅 북쪽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타즈매니아 오로라, PORT HUON, 2016.



北으로!
현다이 엑셀을 5백불 내고 수리도 했겠다, 나는 호바트에서 런세스턴까지 냅다 달렸다. 그러나! 런세스턴도 데본포트도 일 하려면 조금만 기다리라 말했다. 한 달 지나면 사과 시즌이 시작한다고, 이름을 적고 가라 하는 데가 많았다. 그렇게 한 2주, 차를 타고 타즈매니아 북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백패커스에서도 머물고, 캠핑도 하고. 뭐, 아무곳에서 아무렇게나 지내도 아무렇지 않았던 거 같다.

그러다 갑자기 차를 팔게 됐다. 검트리에 혹시나 하고 올렸는데, 5분 만에 산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궁금하시지 않겠지만, 혹시 궁금하시다면 급작스런 차량 판매에 관한 에피소드 http://jtraveldiary.blogspot.kr/2017/02/d30x_20.html)



아니, 멜버른으로!
그렇게 차를 팔고 나니 계획이 통째로 바꼈다. 멜버른에 돌아와 한 달간 쉐어 생활을 했다. 이때 랭귀지 익스체인지로 새로운 친구를 몇 만나 같이 공부도 하고 페스티벌도 가고 그랬다. 함께 사는 쉐어 메이트와도 저녁이면 술 한잔 하고, 클럽도 가고.

나는 슬슬 귀국을 생각했다. 1년의 호주 워킹홀리데이가 끝나가고 있었다. 어디로 어떻게 갈까 하다가,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을 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사고 필요 장비들을 구매해서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 처치로 갔다. 그리고 52일간, 3200키로미터를 달려 남섬 일주를 하고, 귀쿡했다!


2부 끝.
아마도 3부에서 이어집니다.
NextGen Digital... Welcome to WhatsApp chat
Howdy! How can we help you today?
Typ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