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3부) - 떠나기 전의 생각들

질문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나의 쓸모는 어디에 있는가. 공연한 질문들만을 계속하며, 나는 글을 적는다.

봄이 온다. 봄을 알리는 많은 글 사이에서 제자리를 찾아보려는 나의 글. 그러나 나의 글은 무기력하다. 그건 봄에 대한 상투적인 표현, 정갈하지 못한 문장과 전개, 무엇보다도 여전히 봄을 맞지 못하는 나의 마음 가운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쩌자고 벌써 봄일까
나는 아직 겨울인데.'

지난 겨울, 노트 한 귀퉁에 적어 뒀던 글을 발견하며 이런 일이 꽤나 오래 전부터 지속되었고 그렇기에 이번 봄에도 예견되었던 일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모든 것이 생동하는 이때에, 따뜻함과 온기가 세상을 가득채우는 이 날에, 나는 청춘은 어떠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불안하다. 나는 이 사회에 발붙이고 살아갈 만큼, 이 땅을 디디며 살아갈만큼, 충분히 무겁지 못하다.

생각하는 삶과 살아가는 삶 사이의 괴리를 메우지 못해 이곳저곳을 부유하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무게 없는 나의 삶. 무엇이 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 좋은 질문은 아니다. 무엇이 되기로 하느냐에 따라 삶의 양상이 결정될 것이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나는 또한 무엇이 될 것이기에. 

그래, 우선 발걸음을 내딛자. 불안은 경험을 통해, 우울은 걸음을 통해 치유될 것이니. 그래, 호주에 가자. 그래서 그간 하고 싶었던 여행을 실컷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담자. 강박관념 따위, 책임감 따위, 무기력 따위, 불안 따위, 그 따위 것들을 모두 잊고, 잃자.



두 번째 워킹홀리데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 대학을 졸업했고, 첫 몇주 동안은 이력서 첫 문장을 작성하다 아무데도 제출하지 못했다. 한 친구가 내게 도피가 아니냐 물었다. 모르겠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이야길 하면서도 스스로에게 확신이 서지 않았다. 

모두가 나이를 이야기하고, 취업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이야기할 때면, 나는 그들의 위로와 걱정에 떠밀려 나도 모르게 그들과 함께 깊은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나도 취업하고 싶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 그러나 동시에 후회가 없는 생을 살고 싶다. 고민 끝에 나는 불안의 한숨을 쉬어 보기로 했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간다 하니 많은 이들이 부러워한다. 아마, 그들이 상상한 자유를 떠올리며 부러워했을 것이다. 그러나 떠밀려난 이들, 방랑자들, 이방인들, 부랑자들, 집시들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고 이야기 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를 자유인이라 칭하지 않는 이들의 갖은 기대와 시선 때문에 보편적인 관습이나 규율을 거부하는 이들이 획득한 불안이 가득하고, 때로는 생존을 위협하는 자유가 전자의 반사적인 인식 수준에 머무는 건 드문일은 아니다.



떠남의 이유
나는 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가? 나는 호주에 가는 것이 내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며, 나는 여행을 하고 싶고, 불안이 가득한 자유를 바라기 때문이라 답하고 싶다. 나의 호주 행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자문에 대한 자답으로서의 선택인 것이다.

이 글을 적고 며칠 뒤면 호주에 도착할 것이다. 에어비엔비에서 예약한 브리즈번의 숙소에서 4박 5일을 보내고, 어느 시골 마을로 들어간다. 그 시골 마을은 사유재산 없이 모든 재산을 함께 공유하며 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했다. 전화나 인터넷이 없는 그곳에서 한 달 정도를 보내고 다시 브리즈번으로 돌아올 것 같다.


여행지
예측할 수 없는 곳, 예측은 하나 그러한 예측이 번번히 빗나가는 곳, 그곳이 바로 여행지다.  새로운 여행지로 떠나는 여행은 그렇기에 자유롭고 불안하다. 나는 더욱 변두리로 가려 한다. 불안을 마주하고, 그 대가로 자유를 조금 누려보고자 한다. 



인천공항에서
떠난다는 사실이 나를 차분하게 한다. 모두를 남겨두고 내가 떠나는 건 아니다. 그들은 또 저마다의 갈 길을 찾아 때로는 가까이, 때로는 멀리 떠날 것이다. 우리의 만남은 떠남과 떠남이라는 여정 위의 순간이다. 그러니 그 숱한 만남의 순간들을 사랑할 수 밖에. 떠나야 하는 모두의, 떠나가는 모두의 지극한 유한함을 묵묵히 다시 숙고할 수 밖에. 정상으로 바위를 굴려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지금, 여기에 두 발을 딛고 서서 다시 한 걸음 옮길 수 밖에. 



3부 끝.
아마도 4부에서 끝을 알 수 없는 두서 없는 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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